2008년 06월 19일
한국의 R&D 예산은 새발의 피.
칼텍은 2006년도 회계년도에 기부금와 외부 수탁 연구비를 합쳐서 당시 우리돈으로 약 2500억원(2.428억달러)를 받았다. 여기에는 외부에서 지원을 받은 연구 활동 전체가 포함된 것은 아니다. 즉 JPL(제트추진연구소)에서 지원한 IPAC 연구센터와 하워드 휴즈 의학 연구소의 지원금을 제외한 액수다. (왜 JPL을 언급해 두는 것이냐? JPL은 칼텍이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NASA의 연구소인데, 1년 예산이 15억달러(1.5조원)이고, 직원이 5,000명인 대형 연구소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비는 어디에서 받았는가? 국방성 210억원원, 에너지성 173억원, 항공우주국 179억원, 국립보건원 520억원, 국립과학재단 709억원 등이 미국 행정부에서 지원된 금액이고, 비정부 기금을 통한 연방 기금 지원액은 교육 및 연구 기관 202억원, 비영리단체에서 88억원, 영리 법인(회사)에서 312억원, 제트추진연구소(JPL)에서 63억원 등 총 384억원이다. 이상의 연방 기금은 총 2220억원 정도이고, 비연방기금에서 208억원을 지원 받았다.
또한 이 연구비는 어느 학문 분야에서 수주했는지를 살펴보면, 다음 표와 같다. 물리, 수학, 천문학 연합 학부가 상당히 많은 돈을 따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칼텍에 가보면, 사실은 천문학 부문이 많은 연구비를 따오고 있음을 알게 된다. (사실 칼텍에는 학문간에 장벽이 별로 없는 편이다. 한국적 상황에 익숙한 사람들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물론 여기에는 NASA JPL이 빠져 있으니깐, 사실상 적어도 30%이상의 연구비는 천문학이 따온다고 봐도 될 듯하다. 그런데도 칼텍(Caltech)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내가 가본 칼텍은 이공계 중심 대학이지, 공과대학은 아니었다. 게다가 Caltech은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의 약어인데, 직역을 해도 "캘리포니아 기술 연구소"이다. 이 학교의 특성을 살려서 제대로 번역하자면, "캘리포니아 과학기술 연구대학" 정도가 되지 않을까?

좀 오래된 정보이긴 하지만, 2002년도 칼텍의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기사가 있다.
http://design.caltech.edu/erik/Misc/Caltech_deficit.html
이 보고서에서 상당히 충격적인 부분을 보았다.
칼텍은 다른 엘리트 학교에 비해 기부금이 작다. 하버드가 약 180억달러, 스탠포드 대학이 약 83억 달러, MIT가 약 61억달러이다. 이에 비해 칼텍은 작년에 주가 폭락으로 인한 손해 때문에 작년보다 18%나 줄어든 13억달러이다. 이것은 존스홉킨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Caltech has a relatively small endowment compared to other elite schools. Harvard University tops th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s list of endowments at $17.95 billion. Stanford University's $8.25 billion and MIT's $6.1 billion endowments also place them in the top 10. Caltech consistently ranks in the low 20s, close to Johns Hopkins University.
같은 보고서에서 다른 우수 연구 중심 대학의 2002년도 예산 규모를 구하고, 이것을 카이스트 홈페이지에 공개된 재무 상태 보고서를 참고해서 다음과 같은 표를 만들었다.
| 칼텍 | MIT | 하버드 | 스탠포드 | 카이스트 |
연구비 수주 | 58% | 27% |
|
| 1270억원 |
기부금/기금운용수익 | 23% (1,000억원) |
| 28% | 19% | 1800억원 |
등록금 | 4% |
| 23% | 15% |
|
기금 총액 | 1.3조원 | 6.1조원 | 18조원 | 8.3조원 |
|
수입 | 4300억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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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26억원 |
* 카이스트는 정부 지원금 1270억원, 자체 수익금 2456억원(순수자체 수익금이 1800억원)인데, 순수 자체 수익금은 기금 운용 수익금과 기부금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 지원금은 일종의 연구비로 보고, 순수 자체 수익금을 기부금 및 기금 운용 수익으로 잡았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순수 자체 수익금에는 분명히 정부에서 직접 받는 교부금 이외에 자체적으로 수주한 연구 과제 등을 포함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실제 기부금 및 기금 운용 수익금은 위의 1,800억원보다 훨씬 작아져야 한다.
이 표를 보면 칼텍과 KAIST는 1년 수입, 즉 연구비 규모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KAIST는 대학원생수가 칼텍의 4배이나, 교수 숫자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칼텍은 작은 학교지만, 칼텍 교원과 졸업생 중에는 30명 이상이 노벨상을 받았다. 대학원 순위 1위이다.)
미국의 유명대학들이 운영하고 있는 기부금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버드는 기부금이 180억달러인데, 우리 돈으로 약 18조원이 된다. 2008년도 대한민국 정부의 국가 R&D 예산이 약 11조원이다. (이명박 정부는 R&D 투자를 GDP 대비 5%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2007년 GDP가 약 9,000억달러라면, 45조원으로 늘리겠다는 말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 5% 가운데 정부 부문이 1.25%에 해당하고, 나머지 3.75%는 민간 부문에 해당하니, 정부 예산은 자체는 그렇게 많이 늘어나지 않는 것이 된다.) 아래에 있는 표를 보면, 미국의 웬만한 대학들은 상당히 큰 기부금을 운영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 그래서 나는 대학이 기부금 모금을 열심히 하는 것, 정부가 기부금 입학제를 일부 인정해 주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얼마 되지 않는 한국의 R&D 예산 중에서 기초 과학에 투자되는 연구비는 얼마나 될까? 먼저 국가 R&D 예산 중에서 정부 예산은 4분의 1에 불과하다. 나머지 4분의 3은 기업이 쓰는 연구비이다. 기초 과학에 돌아가는 정부 예산은 대략 5조원 이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기초 과학 예산이 전부 기초 과학 연구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산업에 응용 가능성이 있는 주제들에 더 연구비를 주고 있다. 쉽게 말해서 과학기술부가 아니라 산업자원부나 정보통신부에 돌아가는 R&D 예산이 훨씬 더 많다는 이야기이다. 이미 기업들이 산업용 R&D는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데, 거기에 정부도 보태주는 형국이니, 기초 연구는 어디서 연구비를 따란 말인가?
정부 출연 연구소들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은 1년에 대체로 1인당 1.5억 정도의 연구비를 쓴다고 보면 될 것이다. 물론 값비싼 장비를 구입해야 하는 분야와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되는 분야를 모두 평균해서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5백명이 일하는 모 연구소가 1년에 1,000억을 쓴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이 금액은 대체로 실제와 일치하는 값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가령 미국 최대의 천체물리연구소인 하버드-스미소니언 재단이 운영하는 천체물리연구소(CfA)는 박사급 과학자가 300여명이고(전체 연구원은 900여명), 1년 예산은 약 1100억원 정도가 된다. 국내 출연연구소에 비하면 연구비가 2배 정도가 되는 것이다. (나머지 600명은 학생, 박사후연구원, 기술자, 행정원 등을 포함한 것이어서 우리나라 연구소와 비슷한 인력 구조라고 생각된다.) 2배의 차이는 연구자가 해볼 수 있는 연구의 질을 대폭 좌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대학에 돌아가는 연구비와 비교한다면, 역시 정부 출연 연구소들이 좀 더 분발해야 할 듯하다. 그러나 연구소가 우수 인력을 유치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음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즉 1970년대 과학기술인들이 우대를 받던 시대보다 연봉 대우가 상당히 떨어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두뇌 유출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과학기술자들이 연구에 몰두 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 정책을 자주 바꾸지도 말고 연구비에 대해 너무 잦은 보고서 제출 등을 없애야 하지 않을까 싶다.
* wiki에서 찾은 최신 자료를 기준으로 한 각 대학들의 규모
| 설립년도 | 기부금 | 교원 | 학부생 | 대학원생 |
칼텍 | 1891년 | 20억달러 | 1272명 | 864 | 1222 |
MIT | 1861 | 100 | 998 | 4127 | 6126 |
하버드 | 1636 | 349 | 2497 | 6715 | 12424 |
스탠포드 | 1891 | 172 | 1807 | 6689 | 8201 |
KAIST | 1971 | - | 418 | 3021 | 4315 |
Postech | 1986 | - | 225 | 1300 | 1700 |
프린스턴 | 1746 | 158 | 1103 | 4923 | 1475 |
UC Berkeley | 1868 | 35 | 1950 | 23482 | 10076 |
서울대학교 | 1946 | 1.5 | 1955 | 19209 | 12791 |
연세대학교 | 1885 |
| 2397 | 18785 | 12302 |
* 주1. 하버드의 교수 수는 의대 인원을 포함하지 않은 것. 하버드 의대 교수는 1만명을 넘음.
* 주2. 교원은 faculty를 말한다. 교수 숫자에다가 연구원 및 기술원 숫자를 합한 것이다.
* 주3. 각 대학의 motto
칼텍: The truth shall make you free.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MIT: Mens et Manus: Mind and Hand 마음과 손.
하버드: Veritas (truth) 진리
스탠포드: Die Luft der Freiheit weht. (The wind of freedom blows.) 자유의 바람이 분다.
KAIST: ?
Postech: Integrity, Creativity, and aspiration. 성실, 창의, 진취
프린스턴: Dei sub numine viget (Under God's power she flourishes.) 하나님의 권능 아래 번영하리라.
서울대학교: Veritas Lux Mea. (The truth is my light.) 진리는 나의 빛.
연세대: The truth will set you free.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비교적 적은 연구비를 받고서 세계와 경쟁하고 있는 기초 과학과 기초 기술에 종사라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희생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은 후발 개도국의 모범 사례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새 정부가 과학기술부 해체, 과학과 기술의 분리 등을 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 OECD 등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래 그림은 세계 은행의 자료인데, 가로측은 GDP대비 R&D 지출, 세로축은 인구 1백만명당 연구원수이다. 세계가 보는 한국의 과학기술은 "정부 주도로 국가 R&D를 강력하게 추진하여 경제 성장을 이룩한 모범 사례"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인도, 중국, 칠레, 멕시코, 브라질 등의 신흥국가(emerging countries)가 볼 때, 한국은 모범 사례가 되는 것이다. 다만 현재 과학기술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기초 연구를 하는 연구소를 좀 더 설립해야 한다. 물리연구소는 없고, 수리과학연구소, 고등과학원 등 기초 과학을 연구하는 연구소들은 자체 건물도 없이 세들어 살고 있는 형편이다. 기존 국가 과학 기술 정책에서 기초 과학이 얼마나 홀대를 받아 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by | 2008/06/19 22:44 | 도원눌어 | 트랙백(1) | 덧글(3)












제목 : 미국과 한국 대학 연구비에 대한 잡담
한국의 R&D 예산은 새발의 피. 미국 대학의 연구비는 정말 부러울 정도로 많죠. 미국의 그것에 비하면 한국 학교의 연구비는 정말 작습니다. 그런데도 보면, 한국에서도 좋은 연구가 많이 나오고 최근엔 연구 장비들이 미국 것에 비하면 정말 좋습니다. 참 묘한 현상이죠.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일면 이해되는 것이 있더군요. 그건 학생들의 월급과 과에 주는 오버헤드.. 미국에선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학비와 장학금을 줍니다. 그......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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