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5월 31일
삼성물산 한 신입사원의 사직서
# 출처를 밝히지 않아 죄송합니다. 네이버 검색으로 어딘가에 나온 것을 퍼왔는데, 이 내용을 전한 신문 기사에 따르면, 삼성물산 게시판에 나왔다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계속 퍼나르기가 반복되어 원본은 어디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직서
1년을 간신히 채우고,
그토록 사랑한다고 외치던 회사를 떠나고자 합니다.
다른 직장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공부를 할 계획도 없지만
저에게는 퇴사가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회사에 들어오고나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술들은 왜들 그렇게 드시는지, 결재는 왜 법인카드로 하시는지,
전부다 가기 싫다는 회식은 누가 좋아서 그렇게 하는 것인지,
정말 최선을 다해서 바쁘게 일을 하고
일과후에 자기 계발하면 될텐데,
왜 야근을 생각해놓고 천천히 일을 하는지,
실력이 먼저인지 인간관계가 먼저인지
이런 질문조차 이 회사에서는 왜 의미가 없어지는지..
상사라는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도대체,
문화는 유연하고 개방적이고
창의와 혁신이 넘치고 수평적이어야 하며,
제도는 실력과 실적만을 평가하는
냉정한 평가 보상 제도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사람들은 뒤쳐질까 나태해질까 두려워 미친 듯이 일을 하고,
공부를 하고,
술은 무슨 술인가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더라도,
도대체 이렇게 해도
5년 뒤에 내 자리가 어떻게 될지
10년 뒤에 이 회사가 어떻게 될지 고민에,
걱정에 잠을 설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이 회사는 무얼 믿고 이렇게 천천히 변화하고 있는지
어떻게 이 회사가 돈을 벌고 유지가 되고 있는지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반면에 회사를 통해서 겨우 이해하게 된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니부어의 집단 윤리 수준은
개인 윤리의 합보다 낮다는 명제도 이해하게 되었고,
막스 베버의 관료제 이론이 얼마나 위대한 이론인지도 깨닫게 되었고,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던, 코웃음 치던
조직의 목표와 조직원의 목표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대리인 이론을
정말 뼈저리게,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가장 실감나게 다가오게 된 이야기는, 냄비속 개구리의 비유입니다.
개구리를 냄비에 집어넣고 물을 서서히 끓이면
개구리는 적응하고, 변화한답시고, 체온을 서서히 올리며 유영하다가
어느 순간 삶아져서 배를 뒤집고 죽어버리게 됩니다.
냄비를 뛰쳐나가는 변혁이 필요한 시기에
그때 그때의 상황을 때우고 넘어가는 변화를 일삼으면서
스스로에게는 자신이 대단한 변혁을 하고 있는 것처럼
위안을 삼는다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것입니다.
사람이 제도를 만들고, 제도가 문화를 이루고,
문화가 사람을 지배합니다.
하지만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모두가 알고 있으니
변혁의 움직임이 있으려니,
어디에선가는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으려니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신문화 웨이브라는 문화 혁신 운동을 펼친다면서,
청바지 운동화 금지인 '노타이 데이'를 '캐쥬얼 데이'로 포장하고,
인사팀 자신이 정한 인사 규정상의 업무 시간이 뻔히 있을진데,
그것을 완전히 무시하고 사원과의 협의나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업무 시간 이외의 시간에 대하여 특정 활동을 강요하는 그런,
신문화 데이같은 활동에 저는 좌절합니다.
변혁의 가장 위험한 적은 변화입니다.
100의 변혁이 필요한 시기에 30의 변화만 하고 넘어가면서
마치 100을 다하는 척 하는 것은
70을 포기하자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 미래의 70을 포기하자는 것입니다.
더욱 좌절하게 된 것은
정말 큰일이 나겠구나, 인사팀이 큰일을 저질렀구나
이거 사람들에게서 무슨 이야기가
나와도 나오겠구나 생각하고 있을 때에,
다들 이번 주에 어디가야할까 고민하고,
아무런 반발도 고민도 없이 그저 따라가는 것이었습니다.
월급쟁이 근성을 버려라, 월급쟁이 근성을 버려라 하시는데..
월급쟁이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밖에 없는 구조와 제도를 만들어놓고
어떻게 월급쟁이가 아니기를 기대한단 말입니까.
개념없이 천둥벌거숭이로
열정 하나만 믿고 회사에 들어온 사회 초년병도
1년만에 월급쟁이가 되어갑니다.
상사인이 되고 싶어 들어왔는데
회사원이 되어갑니다.
저는 음식점에 가면 인테리어나 메뉴보다는
종업원들의 분위기를 먼저 봅니다.
종업원들의 열정이 결국
퍼포먼스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분당 서현역에 있는 베스킨라빈스에 가면
얼음판에 꾹꾹 눌러서 만드는 아이스크림이 있습니다.
주문할때부터 죽을 상입니다.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꾹꾹 누르고 있습니다.
힘들다는건 알겠습니다. 그냥 봐도 힘들어 보입니다.
내가 돈내고 사는것인데도
오히려 손님에게 이런건 왜 시켰냐는 눈치입니다.
정말 오래걸려서 아이스크림을 받아도,
미안한 기분도 없고 먹고싶은 기분도 아닙니다.
일본에 여행갔을때에 베스킨라빈스는 아닌 다른 아이스크림 체인에서
똑같은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먹어보았습니다.
꾹꾹 누르다가 힘들 타이밍이 되면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모든 종업원이 따라서,
아이스크림을 미는 손도구로 얼음판을 치면서
율동을 하면서 신나게 노래를 부릅니다.
어린 손님들은 앞에 나와서 신이나 따라하기도 합니다.
왠지 즐겁습니다. 아이스크림도 맛있습니다.
같은 사람입니다.
같은 아이템입니다.
같은 조직이고, 같은 상황이고, 같은 시장입니다.
이런 생각으로 사무실에 들어오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하루하루 적응하고 변해가고,
그냥 그렇게 회사의 일하는 방식을 배워가는 제가 두렵습니다.
회사가 아직 변화를 위한 준비가 덜 된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준비를 기다리기에 시장은 너무나 냉정하지 않습니까.
어제 오늘 일이 아닌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내일에 반복되어져서는 안되는 일이지 않습니까.
조직이기에 어쩔 수 없는 문제인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말은, 정말, 최선을 다해서,
조직이 가진 모든 문제들을 고쳐보고자 최선의 최선을 다 한 이후에
정말 어쩔 수 없을때에야 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까.
많은 분들이 저의 이러한 생각을 들으시면
회사내 다른 조직으로 옮겨서 일을 해보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어느 조직을 가던 매월 셋째주 금요일에
제가 명확하게,
저를 위해서나 회사에 대해서나 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활동에
웃으면서 동참할 생각도 없고
그때그때 핑계대며 빠져나갈 요령도 없습니다.
남아서 네가 한 번 바꾸어 보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이 회사에 남아서
하루라도 더 저 자신을 지켜나갈 자신이 없습니다.
또한 지금 이 회사는 신입사원 한명보다
조그마한 충격이라도 필요한 시기입니다.
제 동기들은 제가 살면서 만나본 가장 우수한 인적 집단입니다.
제가 이런다고 달라질것 하나 있겠냐만은
제발 저를 붙잡고 도와주시겠다는 마음들을 모으셔서
제발
저의 동기들이 바꾸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사랑해서 들어온 회사입니다.
지금부터 10년, 20년이 지난후에
저의 동기들이 저에게
너 그때 왜 나갔냐. 조금만 더 있었으면 정말 잘 되었을텐데.
말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10년 후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오늘의 행복이라고 믿기에,
현재는 중요한 시간이 아니라,
유일한 순간이라고 믿기에
이 회사를 떠나고자 합니다.
2007년 5월 2일
* 도원평 : 삼성물산에 이런 인재들이 많다면, 세계 1위의 종합상사가 되겠네요.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중간 지주회사 격으로서, 국내 1위의 종합상사이며, 그 안에는 건설부문에서 만드는 래미안이라는 아파트 브랜드가 유명합니다. 게다가 말레이지아에서 초고층 빌딩을 일본과 경쟁하면서 지었던 이력이 생각이 납니다.
삼성물산은 까자흐스탄의 구리광산과 제련소에 투자하여 선진경영 기법으로 경영은 정상화했고, 짭짤한 배당을 받기도 했으나,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2001년 구리회사 지분을 일부 정리하여 2대주주로 내려앉자 배당을 받지 못하는 등 경영 압박을 받았고, 결국 2004년에 손실을 보면서 완전 철수했다. 삼성물산의 부실화를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실무를 담당하던 삼성물산의 임원이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하면서 알게된 현지 동포 동업자와 그 회사를 인수했었습니다. 그 이후 이 회사는 세계10위의 구리회사, 런던 증시에 상장, 선진국지수 100(FTSE 100) 편입 등으로 그는 정몽준 씨에 버금가는 재산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지금 지분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중이라고 합니다.
참고: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07&no=247958
http://blog.empas.com/stealbird/19423048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08&article_id=0000441947§ion_id=101&menu_id=101
http://www.edaily.co.kr/news/money/newsRead.asp?sub_cd=DE15&newsid=01810566580013904&clkcode=00203&DirCode=0070106&curtype=read
종합상사를 하려면, 남보다 먼저 사물의 가치를 알아보는 "제대로 된 평가의 눈(eyes)"이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안목은 한국적 조직문화, 술판문화에서는 길러질 수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물의 가치를 알아보려면, "그것을 아끼는 마음"이 필요하거든요. 예쁜 연적을 하나 구했다고 애지중지하던 우리 증조할아버지가 남긴 그 연적이 지금 싯가가 1천만원한다고 합시다. 삼성물산이 버린 구리 광산, 유전, 탄광이 바로 그러한 것입니다.
참신하고 창조적인 발상이 회사에서 회식을 한다고 나오겠습니까? 좋은 안목이 노래방에 가서 놀면서 나옵니까? 회식 술판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는 한 잔 하면서 해야 분위기가 부드러워져서 잘 나오지 않느냐?"라는 생각을 하지만, 이것은 말도 안됩니다. 술에 취해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 예는 그저 인구에 회자되기 쉬운 소재일 뿐이지, 맑은 정신에 나온 아이디어들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됩니다. 회사원은 다 이해하겠지만, 실제로 술자리에서 그런 진지한 이야기하면 분위기 깬다고 싸이코 취급받지 않겠습니까?
# by | 2007/05/31 15:56 | 도원눌어 | 트랙백(5) | 핑백(1) | 덧글(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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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__)
http://makiable.egloos.com/3204531
님의 용기에 박수를 드립니다. ^^
저도 도원평에 공감합니다.
정말 용기있고 대단한 분이시네요. 저도 박수를...!
정말 회사를 사랑했나봅니다..
많은 분들이 회사에 환멸을 느껴서 나가게 되는 것 같던데..
이분은 정말..멋진 분이십니다..
닥치고 GG. 최고입니다.
PS : 그러니 능력되면 외국으로 고고싱..;;
어차피 나이들면 거의 다 의도하지 않아도 구세대가 되는겁니다. 신사고, 신세대 이런걸 10년 남짓한 세월을 거슬러가며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중이 현재 절의 폐단이나 오점을 파악하고 있다가 자신이 어느정도 기득권을 가질만한 조건이 된다면 그 때 자신은 그러지 않도록 노력하면 됩니다. 그리고 같은 세대에 혹은 같은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바꾸면 되는겁니다. 단 때를 기다릴줄 알아야 하겠지요?
제가 뻔한 틀에 박힌 말을 하는거라 생각되지만, 이 글만 읽고 편향된 마음가짐을 갖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은 마음가짐에서 말씀드립니다. 어찌되었거나 잘 되면 좋겠습니다. 어떤것이든.
ㅁ님/생각으로 끝내세요. 굳이 똥 싸지르지 말고.
오죽하면 그것이 알고싶다에 술을 권하는 사회가 나왔겠습니까?
뭐 입다물고 일하고 술잘퍼마시면 그게 장땡인 사회니 원참.
대기업이냐 소기업이냐와 상관 없이 그 일에 실패하는 회사는 인재를 잃고 서서히 죽어간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직서와 도원평에 백만번 공감합니다.
저도 같은이유로 올해초에 회사를 그만두었네요.
어딜가나 어느 회사나 똑같은 것 같아요. 저런점은..ㄱ-
대처하는 방식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람이 잘못된 관행을 직시했을때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바꿔라, 만들어라, 떠나라' 의 3가지가 있다 합니다...
이 분은 떠나라를 선택했을 뿐입니다
'바꿔라' 혹은 '만들어라'를 택한 동료들을 허탈하게 만들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줬으면 합니다
글쓴이가
'지금부터 10년, 20년이 지난후에
저의 동기들이 저에게
너 그때 왜 나갔냐. 조금만 더 있었으면 정말 잘 되었을텐데.
말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언급한 부분에 해당하겠지요...
한국의 다양한 소식들이 있는것 같아 링크하고 읽어보려 합니다.
해핀/ 글쓴이가 블로깅을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블로그에서 퍼온 글이 아닙니다.
ㅁ군/ 이 글의 제목에 "삼성물산"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삼성물산은 국내1위의 종합상사입니다.
코리/ 사직서는 삼성물산 56기 게시판에 적은 것인데, 그게 흘러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이면 어디서건 뭔가해도 한국식 얼렁뚱땅주의가 아닌 제대로 해낼 사람이네요.
완전 감동입니다 ㅠ_ㅠ
남 밑에 있어봐야 어딜가도 그나물이 그밥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말하는 저도 남의 밑에서 월급받아먹는 월급장이 회사원입니다만.
그건 좀.
덧글 지워진 분/ 구리광산에 투자하는 게 투기라고요? 인터넷 검색이나 해보고 그런 덧글을 다시기를... 삼성물산이 까자흐스탄에서 인수한 것은 기존 광산이었고.... 광산업을 투기 운운하는 것을 보니, 무엇보다 현대 지하자원 탐사방법과 같은 과학기술에 대해서 무식하신 분 같습니다. 어디 가서 나서지 마시기 바랍니다.
를 읽어보니 삼성물산은 정상적인 경영판단을 내리고 있었네요. 역시 투기에 가까운 Risk를 Taking했던 사업이기도 하고, 그 임원의 무모하다 싶은 도전정신도 회사에서는 받아준 것으로 되어있네요.
그런데 그게 아무리봐도 이건은 신입사원이 퇴사한 것과 관계 없어보이는 데 어떻합니까?
여전히 일년만에 사회적응에 실패한 글솜씨 좋은 신입사원의 글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삼성물산이어서라는 생각에 바뀜이 없고 그점이 무척 씁쓸합니다.
도원님 discussion rule을 지키시죠. 반박을 하려면 글을 남겨 두고 반박을 해야죠. 그래야 공평하지 않나요. Rule을 지키는 것이 우선인것 같네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내지적을 받아서인지는 몰라도 많은 부분을 수정하셨네요. 그렇지만 아직 구리광산은 이건과 동떨어진 이슈인 것 같네요.
또한가지 더 지적하자면, 도원님은 채굴 기술을 이해해야 이건을 이해하는 듯이 말하고 있는데 삼성물산의 구리광산건은 채굴기술이라기 보다는 그지역의 정치, 경제 상황등의 Risk가 더 컷던 이슈입니다. 그래서 투기에 가까웠던 사업입니다.
지금 바로 자기 자신부터 바꾸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지 1년이라는 시간을 단편적으로 짧다고만 생각하는건 썩은 물에 결국 자신도 썩게 되리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고통스럽지 않을까요?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생각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사직서가 앞으로 더 많이 자주 나오게 되길 바랍니다. 그래야 세상이 바뀌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