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환율이 정말 엉망이었다.
실제로 약 20억원 정도를 지불해야 하는 어떤 연구 프로젝트에서 원-엔 환율에 따라 지불대금이 50원/엔 변하면, 1억원 정도가 왔다갔다 할 정도였다. 우리 나라의 연구소는 그런데도 환헷지를 할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때 내 생각에 만일 올해 외국에 지불해야만 하는 돈을 연초에 미리 달러로 사두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러한 비용은 연초의 환율로 계산해서 원화로 연초에 지급되기 때문이다.
계획 환율로 고정시키는 것이다.
현행 연구비 집행 제도상으로는 이런 헷지 방법만 구사할 수 있으나,
일반적인 다양한 헷지 방법을 쓴다면 연구소가 이익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모 대학이 주식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봐서, 내가 알기로는 현재 300억원 손해라고 하는데, 국감에서 지적 받았다고 한다.
대학이 정부 교부금이 아닌 자체의 펀드를 운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00년경의 칼텍의 자체 펀드는 그 규모가 당시 우리나라 1년 과학기술 예산과 엇비슷했다.
물론 나사의 제트추진연구소(JPL)의 예산(정부에서 교부되는 돈)을 제외하고도...
물론 미국 대학들도 펀드 손실이 나서 고민이라고 들었다.
대학이 펀드를 운영하는 것은 좋지만, 잘 해야 한다.
다음의 헷지 펀드의 개념은 인생을 포함한 모든 투자에 적용될 수 있다.
내가 금융공학을 조금 공부했을 때, 가장 배반감을 느낀 것이 바로 헷지펀드다.
헷지는 여러가지 금융상품에 링크를 하지만, 가장 이해가 쉽도록 은행 정기예금으로 헷지를 해보자.
내가 100만원이 있는데,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r이라고 하자.
그러면 내가 100만원중에서 x원을 정기예금에 투자하면, 1년후에 (1+r)x원의 금액을 받게 된다. (편의상 세금은 빼자.)
나는 (100만-x)원을 잘되면 2배가 남고, 망하면 전부를 홀라당 날리는 도박에 투자한다고 하자.
우리는 다음의 아주 심플한 방정식을 풀면 후자가 0원이 되어도 전자가 100만원의 원금을 보장하는 조건을 구할 수 있다.
(1+r)x=100만원
예를 들어 은행 예금금리가 5%, 즉 r=0.05라면,
x=952,381원이된다.
이때 도박에 걸 수 있는 돈은 47,619원이다.
만일 재수가 좋아서, 도박에서 2배를 땄다고 하면, 도박에서 번 돈은 95,238원이 되며,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 두었던 돈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서 100만원이 되도록 하였으므로
최종적으로 내가 받은 돈은 1,095,238원이된다.
연이율이 9.5238%가 된 것이다.
물론 도박에서 전부를 날려도 100만원은 보존된다.
만일 내가 도박에서 전부를 날려도 2%의 수익은 거둬야하겠다면,
(1+r)x=102만원 에서
x=971,428원을 정기예금하고, 28,571원을 도박에 걸면 된다.
이 경우, 도박에서 따면, 최종적으로 1,048,571원을 벌게 되어 100만원 모두를 정기예금한 것보다는 못하지만,
최소한 도박에서 날려도
102만원을 벌게 되어, 원금 100만원으로 2만원의 이자는 벌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리스크를 관리할 경우, 아까 정기예금의 예에서처럼, 원금보다 좀 더 남기고 싶어할수록, 즉 망했을 때도 좀더 남기는 위험이 적은 투자를 하고 싶을수록 대박일때의 수익율이 작어진다. 즉 자기가 무릅써야 하는 위험도에 비례하여 최대 기대수익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 위험도는 개인의 성향과 처지에 달려 있지만, 어쨌든 원금은 보장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의 투자 상품은 원금보장형 ELD, ELS, ELF 등이다. 이러한 상품들의 앞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EL은 Equity Linked의 약자이다. ELS는 Stock, 즉 주식에 연동된 자산이라는 뜻.
주의: 원금보장형이라고 적혀 있는 것이 중요하다. 원금보장 추구형은 말 그대로 그걸 추구를 할 뿐이지, 원금 손실이 대량으로 날 수도 있는 것이다.
헷지방법의 핵심은 아주 안정적인 상품과 투기성 상품을 적절하게 조합하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조금 더 전문적인 헷지 방법으로 여러가지 응용이 가능하다.
일단 정기예금 대신에 채권으로 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채권에는 돈을 떼일 가능성이 있는 회사채도 있고,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채권도 있다.
가령 정부가 지급 보증을 하는 채권이나, 대한민국과 수명을 같이할 회사, 또는 대한민국보다 더 오래살 회사가 뭐가 다르겠는가?
배당주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즉, 망할 위험이 없고 주가가 거의 변동이 없는 소위 채권형 주식들(즉 국가와 운명을 같이할 회사)이면서, 수익이 꾸준하고 매년 일정 수준의 배당성향을 가진 주식을 정기예금 대신으로 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배당금을 위험성 자산에 투자하는 경우다.
조금 어려운 예는 A주식과 B주식의 주가의 상관관계를 따져보니깐 주가가 완전히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이 두 종목을 가지고 헷지를 할 수도 있다.
경기에 대한 상관관계,
물가에 대한 상관관계,
환율,
유가,
금시세 등에 대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할 수도 있다.
헷지펀드라는 것은 이러한 헷징 메카니즘에 두 가지 요소를 첨가한 것이다.
첫째는 복리의 효과!
복리의 효과를 아주 치명적으로 해치는 것은 네가티브 수익율, 즉 손실이다.
10번의 투자를 복리로 했을 때, 즉 이번 투자의 원리금을 다음 투자에 다시 올인하는 것,
한 두 번의 작은 손실만 있어도 최종 수익율에 상당히 치명적이 된다.
그러므로 양의 수익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둘째는 아주 적은 플러스 수익율에 대규모의 레버리지를 거는 것이다.
맨 처음의 예로 돌가가서,
내 돈이 20만원뿐인데, 어찌어찌해서 어디서 연리 6%로 80만원을 빌렸다.
우리는 1년 후에 48,000원을 이자로 지급해야 하므로,
최소한 원리금 합이 1,048,000원이 되도록 작전을 짜야 한다.
즉, (1+r)x=1,048,000원이다.
r=0.05이므로, x=998,095원을 정기예금에 넣고,
나머지 1,905원을 도박보다 더 리스크가 큰 투자에 걸었다. 성공하면 10배를 번다고 하자.
실패해도 은행에 80만원의 원금과 이자 48,000원을 갚고, 내 돈 20만원은 남는다.
성공하면, 은행에 80만원에 해당하는 원금과 그 이자를 갚고도
내돈 20만원과 19,050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이것은 연간 수익율로 계산하면 19,050/200,000=9.525%가 된다.
무지하게 높은 수익율이 아닌가?
플러스 수익율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내면서 레버리지를 활용하면 최종 수익율은 상당히 높아지게 된다.
게다가 레버리지 덕분에 투자금액이 엄청나게 커지면, 그 돈으로 정기예금 금리를 1%라도 더 받을 수도 있고, 주식이라면 주식 가격을 주무를 수도 있다. 이게 바로 부정적 의미의 헷지펀드라고 생각한다.
가령 1997년 태국 바트화를 공격한 조지 소로스는 막대한 헷지펀드를 동원하여 바트화 환율을 조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서, 그는 총 금액 100억달러의 헷지펀드를 가지고 바트화가 폭락하면 100배의 이익을 보는 위험 상품에 10억달러를 투자해 놓고, 90억달러로 태국의 바트화를 조금씩 샀다가 적당한 때에 한꺼번에 매도해 버림으로써 90억달러는 손해를 입어서 10억달러가 되었지만, 10억달러 위험 상품에서 1,000억 달러를 벌었고, 결국 100억달러로 1,010억달러를 버는 엄청난 재주를 부린 것이다. (숫자는 실제와 다를 수 있음.) 이것이 내가 이해하고 있는 투기 자본으로서의 헷지펀드이다.
그러나 원래의 헷지 펀드는 상당히 고도로 지능화된 투자 상품인 것이지, 이런 악랄한 조작을 하는 펀드가 아니다.
아무튼, 모 대학이 주식 투자를 해서 수백억원을 날렸다는데,
그 대학의 포트폴리오를 모르지만,
전문가들이 했다면 이런 식의 투자를 했어야 할 것이다.
원래 부자들은, 아니 모든 투자자들은, 수익성에 앞서서 안전성을 따지게 마련이다.
그걸 소홀히 했다면, 그것은 그게 자기돈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 틀림없다.